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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7 (목)

[기획]'모두를 위한 교통복지'…파주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서비스 개선 박차

특별교통수단 등 서비스차량 20대 증차로 배차대기 시간 최소화

 

부울경문화뉴스 관리자 기자 | “아침마다 학교 지각할까 봐, 병원 예약 시간 늦을까 봐

 

늘 조마조마했는데 이제 좀 걱정을 덜었다”

 

“급할 땐 밤에도 외출할 수 있어 여유가 생겼다”

 

이토록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소망일 수 있다. 최근 파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는 이 작은 소망을 실현하게 된 기쁨의 말을 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목소리가 변화를 반기는 긍정의 목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파주시는 교통약자들도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와 안전하게 걸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는 데 이용되는 특별교통수단과 바우처택시의 차량수를 한꺼번에 20대나 증차했다. 원활한 배차를 위해 바우처택시에 임의배차제를 도입하고 이용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운영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보행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어린이ž노인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개선작업에도 착수했다.

 

2025년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에 배정된 예산만 전년 대비 18억 원을 증액한 81억 원 규모다. 전에 없이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는 개편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올 만큼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누구나 자유로이 이동할 권리’ 실현 위한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상상조차 못 하던 이들에게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는 자유로이 이동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열어주는 정책이다.

 

파주시는 2014년 처음으로 휠체어 탑승공간과 승강장치 등 특수 장비를 갖춘 특별교통수단 10대로 시작해 해마다 차량수를 조금씩 늘려가며 서비스를 확장해왔고, 2020년부터는 차량이동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비휠체어 중증장애인이나 고령자, 임산부 등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대체 이동수단으로 바우처택시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의미의 교통약자 지원이 가능해졌다.

 

10대로 시작했던 특별교통수단이 지난해 기준 36대로 늘어나고, 바우처택시는 2020년 19대로 시작해 50대까지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교통약자들은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원활한 교통약자 이동지원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서비스 이용 등록 인원은 2020년 3,226명에서 2024년 6,682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이용 건수 역시 2020년 75,866건에서 2024년 151,677건으로 꾸준히 늘어 차량 부족 및 배차 지연 문제가 뒤따랐다.

 

 

 

“배차시간 절반으로 줄었다”… 특별교통수단, 바우처택시 20대 증차 한 달만에 괄목할 성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차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시는 지난 6월부터 36대로 운영해오던 특별교통수단을 41대로 늘렸고, 50대였던 바우처택시는 65대로 늘렸다. 총 차량수 기준으로 123% 수준의 대폭적인 증차를 단행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불과 한 달여 만에 효과를 실감하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배차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저녁시간에도 배차가 잘 돼 시간 여유가 생겼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중증 보행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5대 증차만으로도 배차가 상당히 원활해진 분위기다.

 

# “병원 예약에 늦을까 마음 졸일 일 없어졌어요”

 

매주 세 차례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특별교통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김 모(68세) 씨는 파주시가 이번 개선안을 내놓기 전에는 차량을 배정받기까지 평균 6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는데 최근에는 20분 정도로 대기시간이 확 줄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혼자서는 외출을 하지 못하는데 매번 가족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지요. 다행히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면 기사님들이 휠체어와 함께 저를 차에 실어주고, 병원 진료실까지 안내도 해주셔서 늘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차량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져 마음 졸일 때가 많았는데, 이젠 그런 걱정이 없어졌네요”

 

# “한 달 한 번의 외출이 삶의 유일한 활력소”,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어요”

 

편마비로 장애 판정을 받게 된 30대 최 모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수년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시에서 특별교통수단 이용 서비스를 알게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외출의 기쁨을 되찾았다. 하지만 매달 손꼽아 기다리는 단 하루의 외출은 배차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약속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고, 가끔은 예약된 차량이 갑작스레 취소되기도 했다.

 

“늘 약속을 미루는 게 미안하고, 기다리다 차가 안 오면 너무 속상했어요. 한 번씩 그런 일이 생기면 다음에 또 나갈 용기가 줄어들곤 했는데, 이번에 증차된 이후로는 확실히 배차가 빨라졌어요. 한 달에 한 번 외출이 더 기다려지고, 앞으로 더 자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누구나 자유로이 이동할 권리’ 실현 위한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중증장애인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 임산부를 위한 바우처택시의 경우는 차량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좀 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우처택시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은 “기본 1시간을 여유 두고 기다리지만 2시간, 3시간 기다리다 결국 예약된 병원도 못 가고 병원 예약을 바꿔야 한다. 장애 콜을 받지 못하는 건지, 안 받으시는 건지 모르겠다”라면서 “항의 전화를 해도 택시기사들이 콜을 안 받으면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배차가 이용자가 아닌 운전자의 선택에 맡겨지던 기존 배차 방식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바우처택시는 평상시 일반택시로 운행하는 차량이 교통약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바우처택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운전자들 상당수가 근거리 이동과 야간 운행, 소외지역 운행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수를 50대에서 65대로 증차하는 동시에 새로운 배차방식으로 ‘임의배차제’를 전격 도입했다. 일정 시간 내 배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을 강제로 배정해 배차 실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다.

 

증가하는 교통약자 이동 수요에 대응, 이용기준 명확화

 

일부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독점하다시피 이용하면서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됐다. 서비스 이용 취소 사례도 늘었다. 2024년 한 해 취소 건수는 2만여 건으로 전체 이용 건수 대비 취소율이 13.7%에 달했다. 차량부족과 일부 이용자들의 서비스 독점으로 인해 배차 실패와 이용 취소가 맞물려 반복되면서 전체 서비스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전반적인 서비스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용횟수 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기존에는 서비스 이용 가능 횟수를 1일 4회로 정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이용을 제한해 왔지만, 이번 개선안에서는 1일 4회 이용제한을 유지하고, 등하교나 출퇴근 등 정기적 이동수요를 고려해 월간 이용횟수를 60회로 상한을 설정했다. 이와 더불어 관외 이동 시 서비스 이용 목적을 병원 이용이나 출퇴근, 등하교 등 필수 목적에 한해 허용함으로써 서비스의 공공성, 형평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원 모집과정에 공개경쟁을 도입하고 교통약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비스 역량 개선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 서비스 질 제고에도 일신을 기했다.

 

어린이·노인 보호구역 32곳 교통안전시설 대폭 개선

 

운영체계 개편과 별도로 교통약자 보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교통안전시설 개선도 시급하다. 시는 우선 어린이와 노인 등 교통약자의 보행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보호구역 32개소에 대한 교통안전시설 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사업에서는 보호구역 내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교통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인교통단속장비와 고원식 횡단보도, 미끄럼방지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운전자와 보행자가 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발광형 표지판과 유색 방호울타리, 보호구역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노면표시도 함께 설치한다. 특히,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방학기간 중 공사를 시작해 신속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부터는 운정신도시를 시작으로 야간 시간대 횡단보도 이용 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투광등의 작동 상태를 순차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고장난 투광등은 신속히 보수해 야간에도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시는 이번 교통안전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교통약자인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의 안전성을 높이고, 시민 모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교통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우상완 교통정책과장은 “교통약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곧 시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자유로운 도시”라면서 “이번 특별교통수단 증차와 교통안전시설 개선은 교통약자가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이라고 밝혔다.

 

 

 

김경일 시장 “이동권 보장은 교통약자의 경제 장벽 허물고, 삶의 질 개선 위한 첫걸음”

 

이동권은 모든 이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자유이자 권리이지만 교통약자들에게는 생존권과 다름없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고, 일하며 돈을 벌고, 친구를 사귀고 이웃과 관계 맺으며 사회생활도 하고, 문화예술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로이 이동할 권리,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기본권이다.

 

김경일 시장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파주시의 노력은 단지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들의 경제활동을 가로막아왔던 장벽을 허물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면서, “앞으로 우리 파주시는 교통약자의 일상, 여가, 문화, 사회참여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